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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글꼴 굴림과 맑은고딕.


굴림과 맑은고딕 이야기.
최근에 MS에서 Vista를 출시하면서 기본 글꼴을 기존에 써오던 굴림에서 맑은고딕으로 바꿨습니다.
Vista 이전의 Windows에선 굴림이 기본 글꼴로 자리 매김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개인의 컴퓨팅 환경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Windows의 특성상, Windows의 기본 글꼴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국민 글꼴이 될 수 밖에 없죠.

굴림 일본글꼴 둥근고딕의 아류

굴림 글꼴의 경우 일본의 둥근고딕 또는 환고딕을 모방해서 만든, 글꼴 업계의 표현에 따라 일종의 듣보잡 글꼴입니다. 일본의 히라가나는 그 모양의 특성 상, 정사각형의 글꼴 영역을 가지고 있어서 글꼴 영역을 둥글둥글하게 처리한 둥근고딕이 국민 글꼴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둥근고딕(환고딕)


그러나, 한글의 글꼴 특성은 일본의 히라가나와는 아주 달라서 자음/모음/받침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글자를 형성하는 세벌식입니다. 이러한 세개의 글자 구성 요소가 각 요소 별로 고유의 글꼴 영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국민 글꼴인 둥근고딕(환고딕)을 따라해서는 이도 저도 아닌 엉성한 굴림과 같은 사생아를 낳게 됩니다.

굴림이 국민 글꼴이 된 이유는?

글꼴 업계에서는 1990년대 초중반에 한국 MS가 출시한 MS Windows 3.1과 MS Windows 95를 현재의 잘못된 글꼴 환경을 낳은 원흉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일본 국민 글꼴인 둥근고딕을 따라 만든 글꼴인 굴림체가 한글 윈도우즈의 기본 글꼴이 된 것을 일종의 민족 문화 측면의 대참사라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한국 MS 측의 한글 글꼴에 대한 무지함 때문에 결국 십년이 넘게 한국인들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일종의 일본 따라쟁이 굴림을 전국민 기본 글꼴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죠.

하지만 윈도우가 한글을 통일하기 전에 한글 폰트들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 알고 계신다면 참사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을 것 입니다. 완성형 조합형 종합형에 두벌식 세벌식등 각자 단체들의 이익만을 위해 엉망 진창으로 분리되어 컴퓨터 마다 호환되지도 않았던 시절에 그나마 MS 윈도우에서 통일 시켰다는 것만으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시에 조합형으로 통일 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냐는 의견도 있지만 조합형으로 통일되지 못한것이 MS 만의 잘못은 아니죠. KSC5601 이라는 국가표준을 따랐을 뿐이니까요. 기술 초기에 여러가지 표준들이 생겨나고 그것들이 서로 경쟁을 하는것은 어떤 기술에서나 있는 상황이고 기술이 어느정도 정착이 되고 나면 국가나 표준단체에서 표준을 정하지요. 그 전까지는 여러개가 난립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냥 발전 과정이라고 이해하는게 더 낫다고 봅니다.

12년만에 바뀐 Window 기본글꼴 맑은고딕

십수년간 글꼴 전문가와 업계의 비판에 시달린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2007년 MS Windows Vista 를 출시하면서 드디어 자사 운영체제의 기본 글꼴을 맑은고딕으로 변경합니다.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기존의 산돌고딕을 기본으로 약간의 최적화 변경을 통해 맑은고딕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글꼴을 만들게 됩니다.)

이제야 겨우 한글의 고유한 아름다움에 한 발짝 접근한, 그리고 일본의 둥근고딕 망령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글꼴을 기본 글꼴로 사용하게 된거죠. 그렇지만 맑은고딕은 여러가지 MS Windows 버전 중 하나일 뿐인 Vista의 기본 글꼴이라서 맑은고딕이 설치되지 않은 다른 Windows 버전 (예를 들면 Windows XP 나 Windows 2000 등) 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맑은고딕을 자신의 운영체제에 설치하지 않는 이상, 글꼴 변경의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맑은고딕은 MS Cleartype 이라는 LCD 모니터 용 글꼴 기술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만 그 글꼴 특성이 살아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MS Cleartype 이 일반적으로 비활성화된 채 출시된 Windows XP 나 Windows 2000 등의 운영체제에서는 맑은고딕이 Windows Vista 에서 보이는 것과 동일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특히 저해상도에서는 더 심각합니다. 이전의 윈도우 기본 폰트인 '굴림'이나 '돋움'은 저해상도에서 폰트 가장자리를 다듬거나 할 필요가 없도록 고안된 것들이기 때문에, 'ClearType'같은 기술이 적용되건 말건 언제나 똑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폰트 가장자리가 뭉개지거나 하는 일도 없지요. 하지만 '맑은고딕'같은 폰트는 저해상도에서 상당히 읽기 피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ClearType'은 글자의 가장자리를 다듬어 작은 폰트 사이즈에서도 한글 폰트가 그럭저럭 보일 수 있도록 해주지만, 폰트 가장자리를 다듬으면서 주변에 보기 흉한 자국을 남깁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원래 Microsoft 한글 환경에 들어갈 폰트는 윤디자인연구소와 합작하기로 되어 있었답니다. 그런데 산돌커뮤니케이션의 모 대표가 어찌저찌 해서 Microsoft와의 파트너십을 산돌로 뺏어오는데 성공합니다. 윤 → 산돌로의 파트너 변경 과정에서 모 씨가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문 서체의 경우 맑은 고딕과 조화를 이루는 서체가 아니라 세고 UI를 그대로 가져다 박았다는 데에서도 굴림체의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보구요. 탄생 배경과 역사적 이유를 가지고 봐도 굴림체의 탄생 배경처럼 산돌고딕도 꽤나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글꼴입니다. 게다가 Windows 기본 글꼴이 우리나라에선 국민 글꼴로 통하는데 바꾼 글꼴 이름이 맑은고딕이 뭐냐는 의견까지 나오게 됩니다. 서체는 이쁠지라도 한글의 대표 글꼴이라는 놈이 "고딕 : Gothic"이라는 명칭을 붙이면 어쩌냐. 이거야 말로 듣보잡 명칭이라는 것이죠.


복잡한 현재의 글꼴 상황 및 영향 요인들

맑은고딕이 반드시 굴림을 대체하는 기본 글꼴로 자리잡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는거죠.

현 시점에서는 국민 기본 글꼴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 와 관련한 문제는 단순히 글꼴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체제의 기본 글꼴 문제의 측면이 더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떻게 해야한다...는 방향 제시가 쉽지 않습니다.
"맑은고딕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Windows XP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새로운 글꼴을 설치하십시오"라고 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그러나 2003년 이후로는 기술 개선을 하지 않고 있는) 기술인 MS WEFT, 즉 Microsoft Web Embedding Fonts Tool 이라는 자동 글꼴 다운로드/변환처리 환경을 이용한 글꼴 해결책을 제시하는 업체들이 꽤 성업 중에 있기도 합니다. 또한 십수년간 굴림 하나를 기본 글꼴로 사용해 온 결과, 굴림이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생겨나기까지 했다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 기본 글꼴 문제는 한글의 조합 형태적 특성,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별 기본 글꼴 정책, 한국의 출판/인쇄 시장에 대한 일본의 암묵적 영향, 모니터 스크린 크기의 시대별 변화, bitmap 글꼴과 vector screen 글꼴의 특성, 글꼴의 설치에 대한 장벽, 자동 글꼴 설치/처리 기술의 등장과 기술적 문제들, 마지막으로 글꼴의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 선호 등이 조합되어서 상당히 복잡한 현재와 같은 양상을 보이게 된거죠.



클리앙 ideograph 님 글 참조.
일본어폰트 소스 : 아날로그 괭이 디지탈 놀이터
맑은고딕 소스 : 밀피유의 이야기

by Maxmedic | 2008/07/30 00:40 | _Digital | 트랙백(1) | 핑백(2)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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